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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8월 3일...

공군 진주교육사령부 훈련병으로 입대한 날이다.
무진장 맑고 더운 날이었던걸로 기억한다.
같이 입대한 친구와 나란히 조교들의 안내에 따라가니 지붕만 있는 야외교육장이 있다.
조교들은 3일간의 체력 및 신체검사를 마쳐야 훈련병의 신분이 된다며 그 동안은 민간인이라
아직까진 존대말을 한단다.

1.5km 달리기를 하고 나는 중간정도에 들어왔던 것 같다.
땀을 어찌나 많이 흘리고 힘이드는지... 쓰러질뻔 했었다.
군대오기전에 매일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선후배들과 술자리를 가진 덕이었던듯. ㅎㅎ
사실 입대하기 전날에도 평택에서 친구들과 술먹고 집에 안들어갔었다.
( 물론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버스를 타고 집에와서는 출근하시는 아버지께
군대 다녀온다고 절을 했었다. 완전 시트콤이다. -_-;; )
뭘 그리도 두려워 했는지...
아마도 한창 놀고 즐기고 고민할 나이에 끌려간다는 것이 많이 두려웠나보다.

아쉽게도 처음 짬밥을 먹던때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경황이 없어서 너무나 짧은 식사시간에 코로 먹었는지 입으로 먹었는지
그냥 마구마구 집어 넣었을 듯.

처음 내무반에서 자던 날은 기억이 난다. 옆자리에 친구가 있었는데
서로 서로 맨소래담 로션을 짜서 아픈데다 발라주던 기억이 난다. 에휴~ 잘 살고 있지?
한 일주일 정도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잘때는 이게 집인걸로 인식이 된다.
하지만 아침에 기상나팔을 들으며 눈을 뜨면 나도 모르게 욕과 함께 에휴 한숨이... ㅠㅠ

아무튼 3일간의 체력검증 및 신체검사가 끝나고 자진퇴소자와 검증 후 불합격자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그 당시엔 그 사람들이 부러웠다. 솔직히...
그들이 돌아가고 나자 바로 조교들의 입에선 야이 개새끼 들아!!! 욕이 발사되고
8월의 뜨거운 햇볕아래에서 우리들 공군 병 476기는 한달간 연병장을 굴렀다.

훈련소의 기억에서 신기했던 몇 가지...

밥을 엄청 많이... 그리고 빨리... 먹어도 소화가 금방금방된다.
물을 엄청 많이 마셔도 금방 목이 마르고 더러운 물을 마셔도 탈이 안난다.
저녁에 전투복을 벗어보면 하얀 줄이 그어져 있다. 소금띠...
인간의 몸에서 이렇게 소금이 많이 나올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이렇게 한여름 땡볕에 한달을 구르니 16kg이 빠졌다.

그리고 우리 476기는 해냈다!!! 수료인 것이다.

수료와 함께 주특기가 정해지고 각자 특기에 맞는 교육을 받기위해
기술학교로 이송...

고생이 끝난줄 알았다.

정복을 입고 단화를 신고 경찰모자 비스무리한  모자를 쓰고
한 30kg는 나갈 법한 더플백을 메고 훈련소에서 기술학교까지 오리걸음 !!! ㅠㅠ

기술학교 수업받을땐 재미있고 좋았지만 내무반에서의 생활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하사/중사들이 사병들의 내무반 관리를 했었는데
말 그대로 폭력병영이었다. 점호 중에 맞기 일수고 원산폭격은 기본이고
원산폭격 상태에서 앞으로 전진 뒤로 후진 등등... (← 상상이 안 가실 듯)
당시 유명하던 교육관 하사가 하나 있었는데 별명이 '피딱어' 였다.
본 적은 없지만 애를 패서 머리에서 피가 나는데 딱 한 마디 했단다. "피딱어!" ㅋㅋㅋ

그렇게 한 보름이 지났다 추석이 되었다. 추석이라 특별휴가가!!
사천에서 비행기를 타고 집에 가는 길은 진짜(*1000) 미친듯이 기뻣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은? ㅠㅠ

아무튼 그렇게 그렇게 무사하게 병역의 의무를 시작했던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추억이지만 참, 힘들었던것 같다.

그때같은 젊음을 다시 찾아준다면
다시 가보고도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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