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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비넷을 뒤지다가 상자에 고이 들어있는 손목시계를 발견하였습니다. 거의 20년이 넘은 학창시절에 차고 다니던 손목시계 입니다. 부모님이 사준 시계인만큼 값어치를 떠나서 귀중한 시계인데 이렇게 방치되고 있다니...  게다가 배터리도 다 닳았는지 시계도 작동이 되지 않고 가죽 시계줄도 다 삭아버려서 만지면 부서져 버립니다. 물론 시계방에서 배터리를 갈면 되겠지만 내가 알기로는 5000원 ~ 1만원은 주어야 갈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차라리 시계방에서 배터리 한 번 갈 돈으로 배터리와 공구를 구입해 이제부터 모든 시계 배터리는 DIY 교체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들어간 돈은 공구 2개, 배터리 2개 해서 배송비까지 만 원 정도 들었습니다.


이번에 구입한 공구 입니다. 이번에 사용할 공구는 오른쪽 노란색이지만 뒷판을 돌려따는 구조의 시계는 왼쪽의 공구를 사용해야 열립니다.


돌려따는 공구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저 뾰족한 부분을 홈에 맟추고 시계반대방향으로 돌리면 따집니다.


이런 시계의 경우 사용 합니다. 뒷판 주위에 6개의 홈이 있는데 저 중 2개의 홈에 공구를 끼우고 시계반대방향으로 돌립니다.


이런 식으로 잡고 돌리면 됩니다. 하지만 제가 이번에 배터리 교체할 시계는 이게 아닙니다. 다른 시계죠.


바로 이 시계 입니다. 20년도 넘은 시계 입니다. KAPPA (카파) 시계 입니다. 지금은 손을 뗏지만 옛날에는 삼성이 시계사업을 한 적이 있었죠. 그 시절에 나왔던 시계 입니다. 아무 기능도 없는 그냥 아날로그 침이 있는 그런 심플한 시계 입니다. 시계줄은 다 삭아서 떼어 버렸습니다.


이 시계는 이렇게 생긴 도구로 열 수 있습니다. 끝 부분이 칼날처럼 날카롭게 되어 있습니다.


전용공구가 없다면 사실 이런 만능 칼로도 열리긴 합니다. 하지만 칼날이 망가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겠죠.


아무튼 저는 전용공구가 있으니 공구를 이용해서 열어 봅니다. 시계 뒷판을 자세히 보면 다른 부분보다 홈이 더 파져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거기에 이 공구를 쑤셔 넣고 지렛대의 원리로 들어 올리는 것입니다. 한 번에 잘 안 될 수도 있는데 공구의 날이 잘 꼽혔다 싶다면 과감하게 한 번에 힘주어 엽니다. 그러면 빡! 하면서 열립니다.


뒷판을 따낸 모습 입니다. 뭐 단촐한 구성이네요. 전지는 뾰족한 드라이버나 바늘 같은 걸로 살짝 들어주면 빠집니다. 들어 있던 배터리는 맥셀의 SR626SW 이네요. 조금 작은 알의 시계들이 이 배터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체할 배터리 입니다. 소니의 SR626SW 입니다. 시계전용 배터리 입니다. 같은 사이즈의 알카라인 전지도 있지만 시계에는 시계전용 배터리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SR 로 시작하는 배터리는 일반적인 알카라인 전지가 아니라 산화은전지 입니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서 오래가고 전압특성이 좋아서 시간이 잘 맞으며, 대부분 믿을 만한 업체(소니, 맥셀, 레나타 등)에서 제조하는 경우가 많아서 누액의 우려가 적습니다. 가격은 인터넷에서 한 알에 600원에 구입했습니다.



전지가 들어 있는 모습 입니다. 사용 후 남은 버튼셀은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랩 등으로 꽁꽁 싸서 보관하는게 좋습니다. 표면이 부식될 수 있습니다. 


다 쓴 전지를 빼냈으면 새 전지를 끼워 넣으면 됩니다. 대부분 마이너스 극이 아래로 향합니다. 시계에 따라서 전극을 연결하는 단자 같은 것이 있는게 있는데 이런 경우는 단자를 젖히고 넣어야 합니다.


그 다음 과정은 시계가 잘 가는걸 확인한 후 뚜껑을 힘주어 닫으면 됩니다. 적당히 닫지 말고 딱! 소리가 날때까지 힘주어 닫아야 합다. 틈이 있으면 방수가 안되겠죠? 잘 닫히지 않을 경우 롱노우즈 같은 공구에 흠집이 나지 않도록 부드러운 헝겊을 덧대고 잘 안닫히는 부분을 마저 닫아주면 됩니다.


그리고 참고사항으로 뒷판 뚜껑을 보면 방수를 위해서 고무링이 있습니다. 닫기 전에 실리콘 오일 또는 실리콘 구리스 라는 것을 그곳에 소량을 발라주면 방수에 더욱 좋다고 합니다. 저는 없어서 생략 했습니다.


실리콘 구리스


배터리를 갈고 나니 오랫동안 잠자던 시계가 다시 살아났습니다. 이제 적당한 시계줄이나 하나 구해서 끼워줘야 겠습니다. 뭐... 낡은 시계지만 나름 빈티지하고 이쁘지 않나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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