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틱 소녀백서 (Ghost World, 2001)
제목때문에 호기심이 생겼지만 뭔가 당기지 않아서 안보고 있다가 이번에 꾹 참고 감상해 보기로 한 영화이다. 원제는 '고스트 월드'로 우리나라 제목인 '판타스틱 소녀백서' 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특이한 제목 덕분에 어이 없는 한글 제목으로 많이 거론되는 영화이다. 제목 덕분인지 코메디 영화로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막상 보고나니 영화는 의외로 진지하다. (고전 예술영화 레이블인 크라이테리언 컬렉션에도 포함 되었다)
도라 버치(이니드)와 스칼렛 요한슨(레베카)이 주인공들 인데 이들의 어릴적 모습을 볼 수 있다. 영화는 고등학교 졸업식 장면으로 시작한다. 졸업식에서 동창의 졸업사를 비웃고 학교에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세상에 냉소적인 이들의 성격을 보여준다. 특히 이니드는 머리를 녹색으로 염색하고 아버지에게 반항하고 사람들과 늘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반항기 어린 모습이다.
하지만 세상은 만만하지가 않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조금씩 세상에 순응해가는 레베카와 달리 이니드는 전혀 그럴 마음이 없어 보인다. 그러던 중 특이한 음악을 좋아하고 수집하는 40대 아저씨 시모어(스티브 부세미)를 만나게 되고 이니드는 그에게 끌리게 된다. 아마도 특이한 사람은 다른 특이한 사람에게 끌리게 되는 것일까?
이 영화를 다 보고 느낀 점은 이니드의 마음이다. 처음에는 어떻게 저런 삐딱한 인간이 다 있나 싶었고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안나올 것 같은 강인해 보이는 이니드의 마음은 의외로 여리다는 것이다.
그리고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누구보다도 크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이니드의 상실의 아픔...은 무엇이 있을까?
영화의 처음 시작 장면부터 상실이다. 고등학교 졸업식. 시원하게 뻑유를 날렸지만 대학을 진학하지 않는 이니드에게는 학창시절의 상실일 것이다. 모두 다 아는 그 느낌 졸업이 기쁘지만 시원섭섭한 다신 오지 않을 그 느낌
자상하고 착한 아빠의 존재를 뺏어가려는 맥신이라는 여자 (아빠의 애인인 맥신 이전에도 엄마를 잃은? 어린시절의 커다란 아픔이 있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시모어를 뺏어가려는 새로운 애인
세상에 적응해가며 점점 멀어져가는 절친 레베카
심지어 바닥에 나뒹굴던 버려진 청바지까지 사라지고
하염없이 오지 않던 버스를 기다리던 언제까지 거기 있을것 같았던 노인마저도 버스를 타고 떠나버린다.
자신의 주위에 언제나 있을것 같았던 모든것들이 유령처럼 하나 둘 사라지는 그 느낌과 외로움. 쓸쓸함.
결국 이니드 자신 마저도 노인이 타고 떠난 버스를 타고 자신에게 유령같았던 마을을 떠나 버린다. 하나씩 사라져가는 상실들을 뒤로하고 새로운 세계를 찾아 떠나는 사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