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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 시절인 쌍팔년도 즈음... 어린 시절의 나는 음악 듣는 것이 취미였다. 특히 팝송을 좋아했고 그 중에서도 락이나 헤비메탈을 좋아했다. (생애 처음으로 구입한 앨범이 본조비의 Run Away가 들어 있는 본조비 1집 이었다) 지금이야 인터넷 검색만 하면 관련 정보가 쏟아지지만 당시는 라디오, TV, 잡지 등이 최신 정보의 전부였다. 정보와 돈에 굼주렸던 어린 시절의 나는 일요일에 시립 도서관 잡지코너에서 월간팝송, 음악세계 같은 음악 잡지와 컴퓨터 잡지들만 하루종일 보다가 오곤 했다. 하지만 음악은 들어야 하는 법. 집에는 낡은 카세트 플레이어가 있었는데...


출처: http://cassetterecorder-museum.com


딱 위와 같이 생긴 낡은 카세트 플레이어였다. 카세트, 라디오, 녹음이 가능했다. 라디오에서 좋은 노래가 나오면 녹음하기도 하였고 용돈을 한푼 두푼 모아서 구입한 팝 앨범들을 듣기도 했다. 그 때 구입한 앨범들이 아직도 테이프, LP로 남아 있다. (당시 정품 LP, 테이프의 가격이 5천원 정도 했던 걸로 기억이 나는데 이렇게 많이 모은거 보면 당시 얼마 안되는 용돈은 거의 그것들을 사는데 올인 했던 것 같다)


라디오는 김기덕 아저씨가 진행하는 2시의 데이트라는 프로그램을 제일 즐겨 들었는데 최신 팝도 많이 틀어주었고 빌보드 차트 소식도 매우 쉽고 재미있게 알려 주었었다. 매 주 빌보드 차트의 음악들을 소개할 때에는 녹음도 많이 했는데 음악의 앞 부분이 짤리지 않도록 녹음버튼에 손을 올리고 대기상태에 있다가 음악이 나오자마자 재빨리 녹음버튼을 누르는 것이 나름의 라디오 녹음 노하우였다. ^^


아무튼 낡고 낡은 카세트 플레이어 하나로 나름의 뮤직 라이프를 즐기던 때 학교에 가면 가지고 다니던  아이들이 하나 둘 늘던 것이 있었다. 바로 휴대용 카세트 마이마이(my my) 이다. 사실 마이마이는 삼성전자의 상표였지만 나중에는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는 그냥 마이마이로 통칭되어 불렸다. 외국에서 소니의 상표인 워크맨이 휴대용 카세트의 대명사처럼 된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사이즈의 기계에 카세트, 라디오, 녹음, 이퀄라이저 그리고 테이프를 돌리지 않아도 A, B면의 음악을 들려주었던 오토 리버스 기능 등이 들어 있었으니... 당시로서는 정말 정말 갖고 싶은 잇아이템 이었다. 아마도 요즘 청소년들이 최신 스마트폰을 가지고 싶어하는 마음과 비슷할 것이다.


이 조그만 카세트 플레이어에도 나름의 계급이 있었는데 잘 사는 집의 극소수 아이들은 일제 메이커인 소니, 파나소닉, 아이와의 아주 작고 얇고 예쁜 플레이어를 가지고 있었고 그 다음은 삼성전자의 마이마이(mymy), 그 다음은 후발주자인 금성사(현재의 LG전자)의 아하(A-HA)와 대우전자의 요요(yoyo) 였다. 




음악을 좋아했던 나도 당연히 미니 카세트를 정말 가지고 싶어서 부모님께 사달라고 졸랐지만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사주지 않으셨다. 사실 말로는 영어 테이프와 교육방송 들을 것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음악을 즐겨듣는 내가 그걸로 공부를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으셨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에 일 때문에 다녀오신 아버지의 손에 들린 휴대용 이지만 크고 묵직하고 못생긴 카세트 플레이어. 난 처음에 보고 파나소닉(Panasonic)인줄 알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Pipasonic 이었다. 지금은 중국이 짝퉁의 천국이지만 그 당시 우리나라 제품에는 일본 제품을 카피한 짝퉁이 꽤 많이 있었다. 이것도 아마 그 중에 하나였던 것 같다. 아무튼 원하던 삼성 마이마이가 아니라서 1차적으로 실망했지만 라디오 잘 나오고 카세트 되고 녹음도 되는 그냥 저냥 쓸만한 물건 이었다. 그러나 조악한 짝퉁 제품이라서 그런지 채 1년이 안되어서 고장이 나 버리고 다시 나의 음악생활은 커다란 고물 카세트 라디오에 의존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이마이에 대한 욕구는 더욱 커져만 갔다.


가전 3사의 플레이어 중 아마도 마이마이가 제일 비쌌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걸 가지기 위해서 열심히 용돈을 모았던 것 같다. 그렇게 그렇게 3만원 정도가 모였던 어느 겨울 날... 수원 남문에 있었던 중앙극장에서 친구와 영화를 보고 나와서 돌아다니는데 단골 레코드 가게 (한일 레코드)옆 만물상에 진열되어 있던 카세트가 눈에 들어왔다. 사실 카세트가 눈에 띄었다기 보단 카세트 상자에 붙은 '3만원' 이라는 문구가 더 눈에 띄었을 것이다. 뭐에 홀린듯 바로 들어가서 돈을 지불하고 요요를 가지고 나왔다. 그 때의 기분이란...!!! 


라디오 기능은 없는 대우전자의 하얀색 요요 카세트 였다. 원하던 삼성 마이마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뒷면에 조그만 스피커가 붙어 있어서 이어폰 뿐만 아니라 스피커로도 음악을 들을 수 있었고 3밴드 이퀄라이저도 달려 있어서 나름 음질도 입맛에 맞게 조절이 가능했다. 이 카세트로 나는 정말 많은 좋은 음악을 들었다.  카세트에 이상이 생겨서 음악이 늘어지면 뜯어서 구동 고무줄을 갈아주고 기어에 기름칠을 해 주면서 아끼고 아끼며 사용했었다. 아마도 이때 들으면서 접했던 팝송 지식들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기억이 나는 것을 보면 당시 음악에 대한 열정이 대단 했었던 것 같다. 


그 이후 대학에 가게되었고 나의 하얀색 대우 요요 카세트는 모터 고장으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대신 그 자리를 완전 얇고 샤프하게 생긴 파나소닉 플레이어가 차지하게 되었고 나의 중학생 시절의 꿈 삼성 마이마이는 CD와 더 좋은 플레이어들에 밀려서 영영 가질 수 없게 되었다. 


그 동안 휴대기기로 음악을 듣는데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나의 경우 테크트리는...


피파소닉 카세트 -> 대우 요요 카세트 -> 파나소닉 카세트 -> 소니 워크맨 카세트 -> 파나소닉 CD 플레이어 -> 아이리버 MP3 CDP -> 아이리버 MP3 -> 코원 MP3 -> 2G폰 여러개 -> 스마트폰 여러개(현재)


이제는 MP3 플레이어도 스마트폰에 밀려서 점점 사라져 가는 것 같다. 아니 음악자체가 유튜브 등의 동영상 미디어에 밀려서 별로 듣지 않게 되는 것 같다. 


일부 매니아들을 제외하고 LP나 CD를 집의 오디오에 올리고 정갈한 마음으로 소파에 앉아 감상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아무 생각 없이 쉽게 쉽게 유튜브에서 흘러 나오는 옛 노래소리를 들으니 문득 어린 시절 음악을 들으려 고군분투 했던 노력들이 이제는 추억이되어 생각이 나길래 몇 글자 적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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