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철학2010. 9. 13. 01:56

방금 EBS에서 '내 마음의 풍금'이라는 한국영화를 보았다.
보고나니 아련하게 국민학교 시절이 떠오른다. 

나는 징검다리가 있는 냇가와 자그마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을 지나 거의 최소 30분은 걸어서 통학을 했다.
방과 후에는 여름이고 겨울이고 시냇가에 나와 물놀이를 하면서 놀았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가장 친한 친구들이 있었는데 장식이, 명주, 재영이다. 여름이면 같이 낚시대를 들고 붕어낚시를 다니고 
물놀이를하고 겨울이면 썰매를 만들어 타고 요즘 친구들은 잘 모르겠지만 냇가에 얼음이 얼면 얼음을 도끼로 크게 
잘라 배를 만들어 타고 놀았다. 
또 정월 대보름이 가까워오면 쥐불놀이(망우리)를 한답시고 깡통에 구멍을 뚫어 철사를 묶고 나무를 넣고 돌려댔었다. 
아마도 나는 불장난이 제일 재미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도저도 아닌 때에는 모두 함께 덩치에 맞지도 않는 아버지 자전거를 타고 이곳 저곳 돌아다니곤 했다.
덕분에 방과 후에는 거의 집에 붙어 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6년의 재밌기만 했던 초등학교 시절이 마무리되어 가는 시점인 6학년 2학기 갑자기 전학을 가게 되었다.
당시에는 그냥 집이 도시로 이사를 가니까 나도 전학을 가야되나보다 생각을 했지만 
나중에 알게된 사실은 나와 동생의 교육문제 때문에 교육여건이 조금 더 좋은 도시학교로 전학을 가게되었던 것이었다.

친구들은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거리로 따지면 20Km 정도의 근교의 도시로 이사를 가는 것이었으나 
어린 시절 그 동네가 전부인 줄 알았던 우리들에게는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다.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친구들이 붙잡았다. 정문 앞의 포장마차 분식집에 같이 가자고 한다. 환송회를 해 준단다.
돈도 없을텐데 나에게 떡볶이, 오뎅, 튀김 등을 사준다. 그리고 친구들 50원 100원씩 돈을 모아 나에게 주며 맛있는거 사 먹고 
꼭 연락하라고 한다. 왠지 당시엔 눈물이 났다. 친구들의 의리에 감동했던것 같다. 
덕분에 집에오는 길 훌쩍거리며 집에왔던 기억이 난다.
어린시절을 보낸 이 곳, 이 순수하고 착한 친구들을 놔두고 떠나야만 하는가?

그렇게 전학을 가게되었고 새로운 학교에서의 생활도 나쁘지 않았다.
특이하게도 그곳에서는 시골학교에서는 배우지도 않았던 영어를 1교시전에 가르쳐준다. 
친구들도 시골 친구들 보다는 많이 조숙한 느낌이다.
시골학교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었던 이성교제하는 친구들도 공공연히 있었으며 
나에게 무작정 대시하는 꽤 예쁘고 왈가닥이었던 걸로 기억되는 내 짝궁도 있었다. 

그럭저럭 1학기를 다니고 세월은 흘러 중학교를 가고 고등학교를 가고 대학을 가고 군대를 가고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게 되었다. 간간히 그 시절을 추억하기도 했지만 거의 잊혀진 기억이 되어가고 있었다. 
시골 친구들과는 당연히 연락은 끊겼는데...

2001년이었던가? 동창찾기 사이트인 아이러브스쿨 이라는 사이트가 엄청나게 유행했던 시절이 있었다.
나도 한 번 해 볼까? 회원가입을 하고 친구들을 찾아본다.
역시나 그 당시 몇몇의 시골학교 친구들을 찾을 수 있었다. 찾은 친구에게
당연히 내가 친했던 친구들의 이름을 얘기하며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아느냐고 물었었다.

그 친구가 말하길 나머지 친구들은 아직도 거기에 살고 있으며 
그 중 한 친구는 지금은 1년전 교통사고로 이 세상사람이 아니라고 한다.
회사에 있었던 나는 인생의 무상함에 너무도 충격을 받아 몇 시간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것을 좀 더 빨리 찾지 않고 연락하지 못한 내가 미워졌다.

그 이후로 옛날 친구들은 더 이상 찾지 않는다.
행복하게 잘 사는 친구들도 있겠고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있을 것이다.
어렸을적의 추억은 그 때의 기억일 뿐일 것이다.
세월이 지나 만나더라도 우리는 더 이상 순수한 국민학생이 아닐 것이다.

어린시절의 추억은 언제나 아름다운 기억으로 다가온다.
추억은 추억자체로서 아름다울 때 가장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아름다운 추억은 영원히 내 가슴에 있을 것이다.

장식아! 하늘나라에 간 지도 10년이 되었구나 
그 곳에서도 너의 착한 마음덕에 잘 살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너는 내 마음속에 계속 살아있단다.



반응형

'개똥철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선공유기 5년 만에 사망하다.  (0) 2011.12.10
18년전 8월 3일  (2) 2011.08.03
어린시절의 추억...  (0) 2010.09.13
실패란?  (0) 2010.01.16
금연 2주째 증상 및 TIP  (0) 2010.01.14
행복  (0) 2010.01.11
Posted by 대네브 (deneb)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