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성인이 되어서 이제까지 수 차례의 내시경 검진을 받았지만 비수면 내시경으로 예약하기는 처음이다. 그냥 한 번 경험해 보고 싶었고 예전에 수면 내시경 할 때 내가 수면상태에서 욕을 막 했다고 하길래 좀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  병원에 가기 전에 좀 긴장이 되었다. 전날 저녁을 조금만 먹고 아침에 일어나서 아무것도 먹지 않고 병원으로 향했다. 연말이라 그런지 건강보험 건강검진을 미루고 미루다 연말에 온 검진환자들이 많이 있었다. 거의 한 시간을 기다려서 내시경을 하게 된 것 같다. 물론 내시경 하기 전에 엑스레이, 소변검사, 시력/청력 검사, 혈액검사 등을 시행한다. 내 이름이 불려지고 내시경실에 들어서니 다소 공포스러운 내시경 기계가 보인다. 그냥 수면으로 신청해야 했을까? 후회가 밀려왔지만 어쩔수 없다. 늦었다. 그냥 그대로 다소곳이 받는 수 밖에...


위의 사진과 거의 유사한 기계이다. 간호사가 엉덩이에 주사를 하나 놔 준다. 그리고 조그만 튜브에 든 약을 먹으라고 준다. 먹고나면 목구멍에 약간의 마취제를 뿌려준다. 그리고 눕는다. 눕는 자세는 옆으로 누운 고양이 자세랄까? 새우자세랄까? 옆으로 누워서 다리를 구부리고 있으란다.


잠시 후 의사가 등장했다. 입에 마우스피스? 개구기? 를 끼우고 내시경을 목구멍으로 밀어 넣는다. 사실 하고나면 별거 아니지만 내시경 기계가 목구멍에 들어오기 전의 공포가 제일 심했다. 막상 저 시커멓고 굵직한 것이 내 목구멍을 지나서 위장까지 들어간다니 겁이 난다. 목구멍에 기계가 들어오면 잠시 '컥' 하는 약간의 숨막히는 느낌(숨은 쉬어진다)과 함께 순식간에 식도를 지나 위장까지 밀어 넣어서 사진을 찍는다. 중간 중간 내시경을 뺏다가 다시 넣었다가 한다. 그때도 별로 기분이 좋지 않다. 그리고 사진찍기가 다 끝나면 내시경을 빼는데 그 때 나 같은 경우는 딱 한 번의 구역질을 했다. 침도 거의 흘리지 않았고 어느 사람의 후기에서는 눈물 콧물 침 등으로 범벅이 된다고 했는데 난 한 방울의 눈물도 콧물도 나오지 않았다. 끝나고 그냥 침 한 번 뱉었다. 간호사가 놀란다. 이렇게 잘 참는 사람은 정말 드물다고 잘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다음부터 수면내시경은 안해도 되겠다고 한다. 


내시경을 하는 동안 솔직히 느낌은 별로 좋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딱히 매우 고통스럽지도 않았다. 내시경을 하는 시간도 짧다. 한 3~5분 정도밖에 하지 않는다. 그 짧은 시간만 참으면 된다. 그것만 참으면 몸에 좋을리가 없는 프로포폴 같은 수면제를 맞지 않아도 되며 몇 시간을 비몽사몽 하지 않으니 바로 병원을 나와서 운전을 해도 된다. 게다가 이 모든 검사를 하고 병원에 1500원을 냈다. 거의 공짜나 마찬가지이다. 시간도 돈도 절약되는 것이다.


내시경을 하고 잠시 기다리니 의사가 콜을 한다. 들어갔더니 위염이 좀 있단다. 20일치의 위산억제제를 처방받고 병원을 나왔다. 약 다 먹고 병원에 다시 올 필요는 없다는거 보니 심각한 위염은 아닌가보다. 


병원에서 내시경 잘 받는 사람으로 인정받았으니 앞으로 수면으로 위장 내시경을 받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 아마도 내시경 검진을 앞두고 수면으로 할까 비수면으로 할까? 고민인 사람들도 많을텐데 한 번 용기를 내서 비수면으로 받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의외로 할 만 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고 그렇게 느낀다면 앞으로 수면 내시경은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대장 내시경 비수면은 어떨까? 궁금해진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