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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럽지 않고 잔잔한 영화를 보려다가 고른 영화... 처음엔 신기한 일본의 화장실 구경하는 재미(?)로 보다가 결말에 가서는 가슴 뭉클해지는 공감이 그리고 감동이 전해지는 영화이다.  뜬금없이 독일의 빔벤더스라는 영화계 거장이 왜 일본이 배경이고 일본어로 되어 있는 영화를 찍었나? 궁금했으나 이 궁금증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도쿄의 화장실 홍보를 위해서 영상을 찍어줄 감독을 무려 빔벤더스에게 부탁했는데 감독이 이걸 거절하지 않았고 장편영화로 만들어 보고 싶다고 해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아 상도 받고 신기하고 깨끗한 화장실 홍보(?)도 하고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린 작품.

 

퍼펙트 데이즈는 도쿄를 배경으로 한 조용한 일상 영화다. 주인공 히라야마(야쿠쇼 코지)는 공중화장실을 청소하는 남자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루틴을 반복한다. 카세트로 옛날 음악을 듣고, 헌 책을 읽고, 길가의 나무를 사진으로 담는다. 말은 거의 없고, 표정도 크지 않다. 그러나 그의 삶에는 이상할 정도로 평온함이 흐른다.

줄거리는 명확한 갈등이나 반전 없이 흘러간다. 대신 아주 작은 변화들이 그려진다. 조카가 예고 없이 찾아오고, 오래전에 알고 지낸 인물과 우연히 마주친다. 이 작은 사건들을 통해 히라야마의 과거가 조금씩 드러난다. 그는 원래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았던 인물이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마치 일부러 이 조용하고 단순한 삶을 택한 사람처럼 보인다.

영화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일상의 미학이다. 빛이 스며드는 벽, 나뭇잎의 그림자, 반복되는 일과 속의 정성 같은 디테일들이 끊임없이 강조된다. 히라야마는 그 안에서 위로를 찾고, 또 살아가는 의미를 발견한다. 이 단순함이야말로 이 영화가 관객에게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말하지 않고도 많은 걸 느끼게 하는, 그런 방식이다.

영화의 마지막, 히라야마가 운전 중에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매우 인상 깊다. 감정은 억눌러져 있었지만, 어느 순간 조용히 터진다. 그 눈물은 슬픔만이 아닌, 어쩌면 해방감, 안도감, 혹은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일 것이다. 그렇게 영화는 조용히 끝나지만, 마음속엔 긴 여운을 남긴다.

퍼펙트 데이즈는 크고 극적인 사건 없이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다. 단조롭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고, 조용하지만 끝내 깊게 스며든다. 완벽하진 않아도, 그 하루는 분명 ‘완벽한 날’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영화에 삽입된 올드팝송들도 훌륭한 곡들이 많다. 따로 추려 유튜브 재생목록으로 만들어 공개해 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FrT5BT4zol0&list=PLibwmOYVEoDqyA6zqt7YwyjPEMtA5Dgv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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