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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공중파 유일의 과학 탐구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국영방송 KBS 의 '궁금한 일요일 장영실쇼' 가 마지막회를 방송하고 끝을 맺었습니다.  작년 5월즈음에 3D 프린터를 주제로 첫 방송을 시작해서 1년이 못 되어서 폐지된 것입니다. 뭐 보나마나 시청율이 저조하니 봄개편에서 폐지가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1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시청한 저 같은 사람에게는 정말 아쉬운 소식입니다. 


힘찬 출발을 했던 장영실쇼 1회 화면


안그래도 과학 프로그램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대한민국에서 또 하나의 볼만한 과학 프로그램이 사라졌습니다.  조금 부족한 점은 있었지만 그래도 방송에서 보기 힘든 저명한 학자들이 출연하여 최신 과학 트렌드를 쉽게 설명해주고 다양한 첨단 과학 분야를 다루어 주어서 마른 하늘의 단비와 같은 좋은 프로그램 이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폐지되고 마네요.


대한민국은 참 특이한 것이 누구한테 물어봐도 자원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이 자원이고 과학과 첨단산업의 발전이 경제를 발전시킨다고 말을 합니다. 그러나 미래의 자원인 어린이들에게 호기심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이런 좋은 프로그램은 항상 시청율의 커트라인에 걸려서 쉽게 사라지고 맙니다. 공영방송조차 전통있는 과학 프로그램은 눈 씻고 봐도 찾아보기 힘이 듭니다. 그러면서 노벨상 수상 시즌만 되면 왜 우리나라는 노벨 과학상을 받지 못할까? 탄식합니다. 하지만 그때 뿐입니다. 그리고 또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방송에서는 똑같은 패턴의 드라마, 먹방, 의미 없는 예능 등 그 밥에 그 나물인 프로그램들이 비싼 전파를 타고 전국으로 퍼져갑니다.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드라마 공화국 수준 입니다. 요즘은 종편의 드라마까지 가세해서 거의 TV만 틀면 어디에선가는 드라마를 하고 있습니다. 소재도 거의 비슷비슷 합니다. 재벌이 나오고 남녀의 사랑이 나오고 갈등이 있고 서로 싸우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뭐 그렇고 그런 스토리의 드라마 들이 대부분 입니다. 신선한 소재? 그런건 없습니다. 그냥 멍하니 보고 있으면 싸우는거 구경하는 재미는 있습니다. 하지만 보고 나면 뇌가 비어가는 느낌, 시간을 낭비하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실로 드라마 오염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저는 한 편도 보지 않았지만 태양의 후예라는 드라마가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드라마가 끝나고 어디를 보든 그 얘기 뿐입니다. 드라마를 보지 않는 저도 그 줄거리를 반강제로 알게 되더군요. 정말 대단합니다. 공영방송에서 저래도 될까 싶을 정도로 태양의 후예 스페셜, 태양의 후예 촬영 뒷 이야기 등등 추가 편성에 재방송까지 전파를 뿌려댑니다. 지겹습니다.  뉴스에서조차 태양의 후예 때문에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게되면 우리나라에 관광와서 돈을 많이 쓸 것이다. 뭐 이런것도 뉴스에 나옵니다. 이런 현실 정말 웃깁니다. 드라마의 힘을 무시하는것이 아닙니다. 우리에겐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들과 다양한 분야를 알아야 하는 권리가 있고 방송사에는 책임이 있는데 조금 잘 나간다 싶으면 주구장창 그것만 파고 듭니다.


그리고 또 채널을 돌리면 유명연예인과 쉐프들이 총동원되어 소위 맛집을 찾아다니는 먹방을 합니다. 도대체 우리나라에 맛집이 몇 개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현란한 카메라 워크에 비치는 맛있는 음식의 비주얼과 아구아구 음식을 입에 가득 집어 넣고 엄지척을 하는 손님들 패널들의 모습에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배도 고픕니다. 아마 외국인들이 이런 프로그램들을 본다면 우리나라가 산해진미의 요리천국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창피하게 국영방송도 이런 트렌드를 그대로 쫒아 갑니다. 비교적 소재에서 자유로운 케이블TV에서 새로운 예능 컨텐츠를 생산하고 돈이 된다고 생각하면 비슷하게 베껴서 프로그램을 만듭니다. 유명연예인을 섭외해서 드라마를 찍어 냅니다. 말 그대로 찍어 냅니다. 이 드라마를 보다가 다른 드라마를 보면 줄거리가 비슷해서 헷갈리기도 합니다.


덕분에 교양 프로그램은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집니다. 다큐 하나를 만들더라도 돈을 많이 들여서 만드는 다큐는 대부분 동물, 자연다큐 뿐 입니다. 왜냐하면 진입장벽이 낮고 교양프로 치고는 시청율이 많이 나오기 때문일 것입니다. 순수과학이나 첨단과학 관련 다큐는 대부분 외국의 다큐를 번역해서 방송합니다. 그것도 심야에 주로 방송하죠. 구색 맞추기 참 손쉽습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코스모스


작년에 미국 내쇼널지오그래픽에서 제작한 코스모스라는 다큐가 방영되었었습니다. 과학의 역사에서 우주까지 광범위한 주제를 정말 재미있게 다루어서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으며 과학 프로그램도 잘 만들면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장영실쇼 같은 좋은 프로그램이 1년도 안되서 폐지되는 이런 풍토에서는 코스모스 같은 고품질의 과학다큐는 우리나라에서는 영영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다른 상업방송에는 기대를 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공영방송에서는 코스모스같은 고품질의 과학 프로그램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장영실쇼 같은 좋은 프로그램도 10년 이상 지속되어서 장수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장영실쇼 마지막에 한 말이 생각나네요. 과거에는 미래의 꿈이 과학자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참 많았는데 요즘은 그런 희망사항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합니다.  요즘은 아이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공무원, 연예인 심지어는 건물주인 이라는 대답도 나온다고 합니다. 꿈을 잃어버린 아이들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물론 드라마도 중요하고 뉴스도 중요하고 예능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사이의 한 구석이라도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과 호기심을 키워줄 수 있는 과학프로그램에게 양보했으면 좋겠습니다. 알량한 시청율에 상관없이 말이죠. 하루에 단 1시간 만이라도 배분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도 TV는 바보상자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4월 과학의 달, 요즘 TV에 대한 저의 생각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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