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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글에서 '궁금한 일요일 장영실쇼' 폐지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며 한 편으로는 한국의 비정상적인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대해서도 나름의 의견을 냈었다. 공영방송, 민영방송 할 것 없이 방송 프로그램의 다양화는 고사하고 서로 비슷 비슷한 드라마를 찍어내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 했었다. 솔직히 나는 한국 드라마를 무척 싫어한다. 예전엔 좋아하는 드라마도 간간히 있어서 즐겨보곤 했었는데 언젠가부터 드라마를 보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된 이유로 지금의 드라마들은 서로 비슷비슷한 소재와 줄거리, 눈에 띄게 늘어난 각종 PPL, 거의 모든 회에 나오는 윽박지르고 싸우는 장면들이 나를 스트레스 받고 피곤하게 했다고 할까? 아무튼 드라마가 하고 있으면 TV를 꺼버리거나 채널을 다른데로 돌려 버린다. 그 유명한 '태양의 후예' 라는 드라마도 단 1회도 보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얼마나 심각한 드라마 공해속에서 살고 있는지 조사해 보았다. 물론 드라마를 즐겨 보는 사람들은 이 글이 불쾌할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싫어하는 사람들도 쓴 소리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드라마에는 외식체인점에서 식사하는 장면이 나오거나 주인공이 외식업체에서 일하는 설정으로 나온다. 드라마의 주 시청층의 특성을 고려한 타겟 PPL이라고 생각된다. 고로 이런류의 드라마들은 작가의 상상력과 소재를 제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외식체인외에 패션, 화장품 회사도 자주 등장한다. 그 이외의 산업에 종사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유명한 아침드라마의 김치싸대기 장면이다. 만약 3개의 공중파 채널에서 동시에 드라마를 하고 있다면 10분 정도만 3개 채널을 돌려가면서 관찰해 보라... 틀림없이 이처럼 싸우고 윽박지르고 등장인물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장면이 나올것이고 당신의 뇌는 자신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물론 드라마의 재미를 위해서 갈등은 필수요소이다. 하지만 그런 장면이 너무 너무 많다. 


이젠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은 막장드라마, 화제성을 노려서 시청율을 잡으려는 드라마이다. 복잡한 인간관계, 비현실적인 전개, 막말, 불륜, 싸움장면 등이 많이 나온다. 건전한 정서를 위해하는 장르라고 생각된다.


케이블을 제외한 공중파 방송들은 얼마나 많은 드라마를 쏟아내고 있을까?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지난주인 5월15일~21일까지 공중파 방송 3사의 편성표를 조사해 보았다. 드라마 방영시간은 드라마 별로 1시간이 안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게 1시간이거나 넘는 경우도 있으므로 그냥 1회당 1시간으로 간주 하였다.


5월 15일 (일) - 총 16시간

방송사

 방송 드라마

 KBS1

 별난가족 (1시간)

 KBS2

 동네변호사조들호, 아이가다섯 (6시간)

 MBC

 몬스터, 옥중화, 가화만사성 (4시간)

 SBS

 미녀공심이, 딴따라, 그래그런거야 (5시간)


5월 16일 (월) - 14시간

방송사

 방송 드라마

 KBS1

 별난가족 (1시간)

 KBS2

 내마음의꽃비, 동네변호사조들호, 천상의약속 (5시간)

 MBC

 좋은사람, 최고의연인, 워킹맘육아대디, 몬스터 (5시간)

 SBS

 내사위의여자, 마녀의성, 대박 (3시간)


5월 17일 (화) - 15시간

방송사

 방송 드라마

 KBS1

 닥터후, 별난가족 (2시간)

 KBS2

 내마음의꽃비, 천상의약속, 동네변호사조들호 (3시간)

 MBC

 좋은사람, 몬스터, 워킹맘육아대디, 최고의연인, 몬스터 (6시간)

 SBS

 내사위의여자, 대박, 마녀의성 (4시간)


5월 18일 (수) - 17시간

방송사

 방송 드라마

 KBS1

 별난가족 (1시간)

 KBS2

 내마음의꽃비, 마스터국수의신, 천상의약속 (5시간)

 MBC

 좋은사람, 옥중화, 굿바이미스터블랙, 워킹맘육아대디, 최고의연인 (8시간)

 SBS

 내사위의여자, 마녀의성, 딴다라 (3시간)


5월 19일 (목) - 17시간

방송사

 방송 드라마

 KBS1

 별난가족 (1시간)

 KBS2

 내마음의꽃비, 천상의약속, 마스터국수의신 (5시간)

 MBC

 좋은사람, 옥중화, 가화만사성, 워킹맘육아대디, 최고의연인, 굿바이미스터블랙 (8시간)

 SBS

 내사위의여자, 마녀의성, 딴따라 (3시간)


5월 20일 (금) - 9시간

방송사

 방송 드라마

 KBS1

 별난가족 (1시간)

 KBS2

 내마음의꽃비, 천상의약속 (2시간)

 MBC

 좋은사람, 워킹맘육아대디, 최고의연인 (4시간)

 SBS

 내사위의여자, 마녀의성 (2시간)


5월 21일 (토) 12시간

방송사

 방송 드라마

 KBS1

 -

 KBS2

 마스터국수의신, 아이가다섯 (3시간)

 MBC

 옥중화, 가화만사성 (4시간)

 SBS

 대박, 미녀공심이, 그래그런거야 (5시간)


일주일간의 편성표를 조사해본 바로는 위와 같다. 모두 더하면 딱 100시간(4일이 넘는 시간) 이라는 엄청난 시간이 나온다. 다른 성격의 프로그램에 비해 너무나 많은 시간할애라고 생각할 수 있으며 수신료의 가치를 생각한다는 방송사들 치고는 정말 성의 없는 편성으로 생각된다. 거기에다 대다수의 드라마들이 낮시간과 주말에 재방송까지 되고 있으며 MBC의 경우 이틀 연속으로 8시간이나 드라마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지난주는 SBS의 경우 서울디지털포럼 특집방송의 영향으로 시간이 적지만 아마 행사가 없었으면 더욱 높아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럼 드라마만 문제인가? 예능이 있다. 우리나라는 드라마 공화국과 함께 각종 예능 프로그램의 천국이다. 보고나면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는 연예인 금수저 육아예능부터 여행을 빙자한 게임/내기 예능, 연예인 신변잡기 농담따먹기 토크 예능, 노래하는 예능 등등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합친다면 주당 방송시간이 200시간도 넘을 것이다. 가장 손쉽게 만들고 시청율을 끌어올려서 광고주를 부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가족들이 모이는 황금시간대의 TV를 점령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시사, 교양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어렵다. 일부 끔찍한 사건들을 보도하는 탐사보도 프로그램들이 그나마 시청율을 유지하고 있지 질 좋은 과학 다큐멘터리나 수준 높은 교양 프로그램은 외국의 프로그램 들로 대체되거나 아예 실종 수준이다. 게다가 어렵게 편성된 유익한 프로그램들도 1년도 못되어 폐지되는 현실이다.


이 글은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없애버리자고 주장하는 글이 아니다. 어느 한 분야에 편중된 편성이 아니라 좀 더 다양성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만들고 편성했으면 좋겠다는 글이다. 


공영성을 가져야 할 공중파 방송국들이 이렇게 드라마, 예능에만 치중하게 된다면 TV는 바보상자라는 타이틀을 영영 뗄 수 없게 될지도 모르며 수신료 현실화를 외치는 공영방송의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먼저 좋은 프로그램, 유익한 프로그램들을 많이 선보여서 국민들에게 공영방송은 역시 다르구나! 하는 믿음을 심어준 후 수신료 현실화를 외치는게 순서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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