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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거의 30년이 다 되어가는 추억의 믹스 카세트 테잎을 발견한 이후, 이를 들어보기 위해 집에 남아있는 유일한 카세트 플레이어인 소니 워크맨 WM-EX9을 살리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테이프는 내가 직접 LP를 녹음했던 것으로 신해철, 015B 등의 초창기 곡들을 녹음했던 믹스 테이프이다. 워크맨은 아마도 1999년 즈음? 서울 숭례문 상가에서 구입했던 것으로 소니 워크맨 역사의 끝지점에 있는 워크맨이다. (지금도 숭례문 상가에서 이런 전자제품을 파는지 모르겠다?) 꽤 고급기종으로 음질도 그 때 기준으로 굉장히 좋았다. 아마도 그때 이 워크맨을 사용하지 않게된 계기가 거원(코원)에서 나온 MP3(거원 G3)를 구입하게 되면서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서랍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잊혀졌었는데 믹스테이프의 추억과 함께 되살려보려 한다. 좀 재밌는게 워크맨을 사라지게 한 거원 G3 MP3는 아주 오래전에 완전히 고장이 나버려서 폐기 되었고 그보다 더 오래된 소니워크맨은 살아 남았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애지중지 아끼며 사용해서 외관은 깨끗한 편이다.



유명한 워크맨 로고, 이 제품은 저음이 강조되는 그루브 음장을 지원한다.



리모콘도 지원을 한다. 아니 지원을 한다기 보다 리모콘이 없으면 볼륨도 마음대로 조종하지 못 할 정도로 리모콘 없는 EX9 은 생각할 수 없다. 그만큼 리모콘에서 제어하는 기능이 많다.



지금은 잘 볼수 없는 MADE IN JAPAN. 건전지는 1.5V 하나만 있으면 된다. 본체 옆에 붙이는 보조밥통이 있을 경우 1.5V AA 건전지 1개, 없을 경우 껌전지라고 불리는 네모 모양에 납작한 충전지를 이용하면 된다. 배터리 효율도 좋아서 건전지 하나로 꽤 오래 들을 수 있다. 보조밥통도 있긴한데 내부 부식을 제거하다가 완전히 부서져 버렸다. ㅠㅠ



보조밥통이 끼워지는 곳인데 배터리를 끼워 놓은채 오랜 세월 보관을 해버려서 배터리 누액으로 파랗게 단자가 부식되었다. 왼쪽 덮개는 껌전지를 넣는 곳이다.



내부도 상당히 깔끔한 편이다. 뜯어 보았다. 뜯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먼저 껌전지 넣는 곳의 덮개를 분리하고,  아래, 위 나사2개씩 그리고 옆면 나사 1개만 풀면 아래와 같이 열린다.



뜯어보니 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했다. 배터리 누액이 단자 부분 전체를 오염시키고 있었다. 전원을 넣어도 누액으로 부식된 부분은 전기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단자 접점불량으로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껌전지 부분도 부식되어 전지를 넣어도 전원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WD-40, 알콜, 식초 등과 줄, 사포 등을 총동원하여 긁어내고 닦아내고 하여 녹을 제거하였다.



보조밥통 단자 부분에 엄청난 부식이...



보조밥통 단자 같은 경우는 오염이 너무 심해서 납땜기로 아예 분리하여 식초에 담가 두었다. 식초가 부식된 부분을 녹이면서 거품이 발생하고 있다.



부식 이외에 두 번째 문제가 있다. 카세트의 풀리를 돌려주는 고무벨트가 끊어지지는 않았으나 오랜 세월에 삭아서 탄력을 잃고 헐렁해져 있었다. 인터넷을 검색하여 고무벨트를 주문하였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딱 1군데에서 팔고 있었으며 검색해보니 세운상가의 가나전자, 동묘의 경전사 라는 업체에서도 팔고 있다고 한다.



껌전지 단자부분도 녹을 제거하고 접점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고운 줄로 조금 갈아주었다.



껌전지 +극도 마찬가지로 부식제거 및 줄질



세번째 문제점이다. EX9의 거의 모든 기능을 총괄하는 리모콘이 오작동한다. 고치는 방법은 리모콘 분해 후 HOLD 버튼(조그버튼 아님 반드시 HOLD버튼)에 WD-40 한방울을 떨어뜨려서 스며들게 한 다음 수 십회 왕복작동 시켜서 접점을 원활하게 만든 후 해보니 오작동 없이 잘 작동한다. 아무튼 여기까지 하고 이틀을 기다리니 고무벨트가 왔다.



고무벨트 규격은 위와 같이 탄성으로 늘어나기 직전까지 펼친 길이를 재는 것이다. 처음에 9.5cm 를 끼워봤는데 너무 팽팽한 감이 있어서 10cm 로 바꾸었다. 고무벨트의 단면두께는 0.7mm 이다. (정확한 벨트규격 관련은 맨아래의 추가내용 참조)



다양한 사이즈로 30개가 들어있다.



부식청소, 고무벨트 교체, 리모콘 수리... 모든 것이 완료 되었다.



껌전지는 국내 쇼핑몰에서 이것밖에 구할 수 없었다. 가격이 매우 저렴해서 5개나 샀다. SANYO의 650mAh Ni-Cd 전지이다. 혹시 용량이 큰 Ni-Mh를 구할 수 있었으면 그것 샀을텐데 아쉽다.



음질개선을 위해 지난번에 만든 탈자기(demagnetizer)로 헤드 부분을 탈자하고 내가 30년전에 만든 믹스 테이프를 넣고 리모콘의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LP 특유의 틱틱 거리는 잡음이 들리고 잠시 후 신해철 1집에 있는 '나에게 쓰는 편지' 의 흥겨운 전주가 흘러 나온다. 내가 좋아해서 노래방에서 즐겨 부르던 노래였는데...  노래를 들으니 그 시절도 생각나고 많은 생각이 난다. 이런게 레트로 갬성인가?! 


유튜브 같은데서 듣는 노래들 보다 음질은 별로지만 나는 오늘 추억을 들었다.


■ SONY WM-EX9 유저 매뉴얼 및 서비스 매뉴얼

sony_wm-ex9-service.pdf

wm-ex9-user.pdf



■ 추가내용 (2020.03.09) : 위에서 벨트를 중국산 10cm 짜리를 사용했다고 했는데 소리의 떨림이 있어서 EX9의 정확한 벨트 규격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소니 후기형 벨트의 사이즈는 9.7cm 인 것을 알게되었다. 그리고 중국산 벨트 대신 국내에서 만든 청계천 가나전자에서 구입한 9.7cm 벨트로 교체하니 소리의 떨림이 없어졌다. 가나전자 관련은 아래 댓글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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