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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스포일러 있음

 

제목도 몰랐던 영화지만 내가 좋아하는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유튜브 프로그램에 나와서 추천하길래 보게 되었다. 2022년작이며 '오베라는 남자'라는 제목의 스웨덴 영화를 리메이크했다고 한다.

 

주인공 오토는 톰 행크스가 맡았는데 위 포스터의 표정에서 보다시피 매우 까칠한 성격을 가진 것으로 나온다. 이 까칠한 남자는 원래부터 까칠한 성격은 아니었으며 여러 인생의 굴곡과 불행을 겪으면서 그렇게 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너무나 사랑했던 아내의 불행과 죽음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 스스로 죽고 싶어 하는 마음의 병을 얻게 된 것으로 보인다. 빨리 하늘나라로 가서 아내를 보길 원했던 것일까? 죽기로 각오했으니 이웃이고 뭐고 더 이상 정을 주기가 싫었던 것 같다. 심지어 동물한테도... 난 나쁜 사람이니 내가 가더라도 슬퍼하지 말라는 오토의 이웃을 위한 마지막 배려랄까?

 

아내와 함께했던 과거 장면이 여러번 나오는데 약간 어수룩 하기도 하지만 순수하고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첫 데이트에서 돈이 없어 음식값을 아끼려고 자신은 집에서 밥을 먹고 오고 소냐(아내)에게는 비싼 음식을 시켜주기도 한다. 데이트에서 뜬금없이 자동차 엔진 얘기를 하면서 좀 들뜨는 장면은 순수하지만 푼수 같기도 하다. 같은 배우라서 그런가 마치 한 가지만 꾸준히 밀고 나가는 '포레스트 검프'가 겹쳐 보이기도 한다.

 

첫 장면은 오토가 매장에서 밧줄을 구입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바로 자신의 목을 달 밧줄을 구입하는데 점원과 밧줄의 가격문제로 다툰다. 자살을 앞둔 마당에 1달러 2달러가 무슨 소용일까? 생각이 들지만 오토는 원칙주의자이기 때문에 이걸 그대로 넘어갈 수 없다. 오토의 성격을 말해준다.

 

그러던 중 이웃에 새로운 가족이 이사를 오고 그 가족은 혼자 사는 오토와 친하게 지내기를 원한다.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가져다주고 계속 오토와 어울리려고 한다. 오토는 계속 차갑게 대해도 원래 차가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 하다. 계속되는 자살 시도와 이웃 가족의 우연한 방해(?)로 인한 실패가 계속되면서 오토는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오토에겐 따뜻한 이웃들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말은 내심 기대했던 "이웃들과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습니다~" 같은 엔딩은 아니었지만 어느정도 예상한 결말이었다. 보면서 '오토가 너무 꼰대 아닌가?'  '따뜻하게 대하는 이웃들한테 너무 심한 거 아니야?'  '너무 원칙만 따지는 건 좀 그렇네!'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성격의 오토이기에 소냐를 그렇게 사랑했고 헌신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물론 그 후유증은 자신조차도 감당하지 못할 삶의 무게를 안겨주었기에 그렇게 좋아 보이지도 않는 것이 사실이다. 

 

영화를 보면서 인생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계기가 되었다. 너무 심한 정신적 집착은 좋지 않다. 정신적인 충격이 있어도 금방 이겨낼 수 있는 회복력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요즘 약간 멍하게 살기를 실천하고 있다. (멍청하게 아님) 자연을 바라보며 편하게 앉아 그냥 한참을 멍 때리는 것이다. 요즘 불멍, 물멍 등등 각종 멍 때리기가 유행인데 나는 아주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치열한 현대사회 속에서 좌절과 스트레스를 받는 현대인들 오토같이 되지 않으려면 가끔 멍하게 사는 삶은 어떤가 싶다. 물론 이것도 저것도 효과가 없다면 정신과 의사를 만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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