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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영화 '러브레터'의 주인공 나카야마 미호가 사망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정말 아름다운 배우였는데... 아쉽다.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의 활약은 거의 알지 못하지만 눈 덮인 산에서 오겡끼 데스까? 를 외치던 영화 '러브레터'의 그 모습은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일본영화의 장면으로 각인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때가 아마도 1996년이나 97년 정도이지 않을까 싶다. 처음으로 이 영화를 접했던 곳은 대학내 애니메이션 동호회(지금 생각해 보면 교내 오타쿠들의 모임 같은 것으로 생각됨)에서 주최한 시사회였을 것이다. 별로 끌리지 않는 영화 제목이었지만 당시로선 최신 일본문화를 접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었던 시절이라 호기심에 보러 갔었다. 브라운관 티비에 연결된 VCR에 테이프를 넣어서 영화를 보았다. 자막이 있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마추어들이 엉망으로 만들어서 무슨 내용인지는 거의 알 수 없었다. 영상이 예쁘고 음악이 좋고 주인공이 미인이라는 점 정도만 기억에 남았다.

 

시간이 꽤 흘러서 몇 해가 지난 겨울. 시내를 걸어가는데 이 영화가 극장에 걸려 있었다. 추억도 생각나고 해서 극장으로 들어갔다. 보고 나서 드디어 완전히 이해하게 된 줄거리... 왜 나카야마 미호가 1인 2역을 하게 되었는지 죽은 남자친구가 왜 그녀들(후지이 이츠키 & 와타나베 히로코)을 좋아했는지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보던 중 감성이 폭발하여 눈물도 찔끔 났었던 기억이 있다. 그 후로도 너무 좋은 영화라서 컴퓨터로 몇 번을 더 본 것 같다. 그리고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주인공의 사망 소식도 있었고 생각이 나기도 해서 다시 한번 보게 되었다. 뭔가 매번 겨울이 되면 생각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영화인 듯싶다.

 

감독은 이와이 슌지이다. 이 영화 외에도 '4월 이야기', '하나와 앨리스', '릴리 슈슈의 모든 것'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감독이다. 뭔가 감성적이고 섬세한 느낌의 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 같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이누도 잇신과 함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 감독 중의 한 사람이다. 

 

영화는 후지이 이츠키라는 남자의 사망 3주기 추모식 장면으로 시작한다. 과거 그 남자의 연인이었던 와타나베 히로코는 3주기가 되었지만 아직도 그를 잊지 못한다. 마치 어딘가에 아직도 살아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중학교 시절 졸업앨범에서 남자의 예전 주소를 알게 된 히로코는 너무 그리운 마음에 그곳으로 편지를 보내본다. 당연히 답장은 없을 것을 알면서도 너무나 그리운 마음에 보내본다. 죽은 사람이 답장을 줄리가 없는데... 그런데 기적이 일어난다. 답장이 온 것이다. 답장을 보니 주소도 맞고 이름도 그 사람이 맞다. 어떻게 된 것인가? 그렇게 계속 편지가 오가고 조금씩 밝혀지는 진실들 그리고 추억들...

 

히로코의 편지를 받고 답장을 써준 사람은 남자와 동명이인인 여자였다. 후지이 이츠키라는 같은 이름의 남녀가 같은 중학교 같은 반에 있었던 것이다. 이츠키(여)가 히로코의 편지를 받게 되었고 답장을 쓰게 된 것이다. 편지가 오고 가면서 히로코뿐만 아니라 까맣게 잊고 있었던 이츠키(여)의 이츠키(남)에 대한 기억과 추억도 소환되고 결국 이츠키(남)의 첫사랑은 이츠키(여) 였던 것을 이츠키(여)도 알게 된다. 

 

표면상 와타나베 히로코가 주인공이지만 내 생각에 진정한 주인공은 후지이 이츠키(여)가 아닌가 싶다. (둘 다 나카야마 미호이긴 하지만 ^^) 우연하게도 누군가로부터 엉뚱한 편지를 받게 되고 그 편지가 비록 러브레터는 아닐지라도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해 주고 결국은 자신도 누군가에게 사랑받았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그것이 진정한 러브레터가 아닐까 싶다.

 

추운 겨울밤 과거의 좋았던 추억, 첫사랑의 풋풋한 추억들을 떠올려 보면서 감상하면 정말 좋은 영화가 아닐까 싶다. 

 

영화의 아름다운 배경으로 나오는 홋카이도 오타루에도 언젠가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는데...

 

꼭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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