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헌(만수) 손예진(미리) 주연의 박찬욱 감독의 영화
좋아하는 배우에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의 영화라니 어쩔 수 없이 보게 되었다 ^^
감독 특유의 블랙코미디와 사회 풍자가 잘 어울러진 영화였다.
예쁜 아내, 아들 딸, 큰 집, 좋은 차, 좋은 직장.... 자신이 원한 모든 걸 가진 성공한 인생 게다가 제지업계에서 알아주는 전문 기술자인 만수 그러나 만수의 완벽한 인생은 얼마가지 못했다. 회사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어 열심히 오래 다녔던 제지회사에서 '어쩔 수 없이' 잘리게 된 것이다. 해고 사실을 알고 미리는 만수를 격려해 주지만 마트일 등을 하면서 원하던 직장에 취업이 늦어지고 생활이 어려워지자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집, 자동차, 아이들 학원... 키우던 개까지 부모님 집에 맡기게 되면서 계속되는 생활고에 걱정이 늘어간다. 책임감 강한 만수는 급기야 가짜 구인공고를 내어 자신보다 제지기술이 좋아 보이는 사람들의 입사원서를 받아내 살해할 결심을 하기에 이른다... 아마도 제지업계 바닥이 좁고 만수가 경력이 많아서 몇 명만 제거하면 취업에 성공하는 듯?!
취업을 하기 위해 아무런 원한이 없는 사람들을 죽인다 라는 다소 과격한 스토리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남을 밟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식의 무한경쟁 사회를 강하게 비판한다는 목적에서는 꽤 괜찮은 스토리 전개와 소재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만수가 우여곡절 끝에 세 명의 경쟁자들을 '어쩔 수 없이' 살해하고 들어간 회사는 최첨단 AI 와 로봇이 어우러진 무인공장이다. 만수는 공장에 입성하고 기계를 보며 만세를 외치지만 이제 그의 경쟁상대 인간이 아닌 죽지도 않는 불멸의 존재인 AI와 로봇이 될 것이다. 취업을 했지만 아마도 곧 만수는 기계에 밀려 해고될 것이다.
보고 나니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예전에 본 일본영화 '도쿄 소나타'이다. 그 영화에도 실직한 중년의 남성이 나온다. 조직에서 하루아침에 길바닥으로 내던져진 남자는 집에 거짓말을 하고 매일 아침 거짓으로 출근을 하고 정장을 입고 무료급식을 얻어먹고 하루 종일 도쿄를 방황한다.
남자... 그리고 중년의 실직은 어쩌면 가족에게도 사회에게도 재앙일 것이다. 가족부양이라는 막중한 책임감... 유능한 직장인에서 하루아침에 무능력자로 손가락질 하는 사회... 추락하는 자존감... 하나 둘 자신을 떠나는 사람들 가족들.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더욱 더 늘어나게 되지 않을까? 만수가 마지막에 본 공장의 모습과 같이 인간은 더 이상 설 곳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노동력은 로봇으로 대체되고 두뇌는 AI로 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한경쟁의 사회에서 이제는 경쟁조차 할 수 없는 사회로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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