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넷플릭스 추천 목록에 올라와서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보게 된 영화. 결과적으로 눈물을 찔끔 흘리게 한 영화.

 

이 영화는 1950년대 대만이 배경이다. 당시 대만은 국공내전(국민당과 공산당의 전쟁) 후 중국 대륙에서 쫓겨난 국민당이 통치하는 사회였다. 한국전쟁 후의 우리나라처럼 멸공이라는 기치아래 공산주의 사상을 가진 사람들을 잡아들이고 심하면 사형까지 당하게 되는 사회였다.(이를 백색공포 시대라고도 한다) 대만 시골에 사는 15세 소녀 아웨의 오빠도 비슷한 혐의를 받아서 경찰과 요원에게 쫓기는 신세이다. 아웨는 오빠를 존경하고 좋아하지만 어린아이의 힘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안개 낀 시절이란 제목은 오빠가 창작한 아름다운 내용의 동화 제목이기도 하지만 이른바 대만의 백색공포 시절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하다)

 

결국 오빠는 경찰에 잡히게 된다. 오빠의 구속으로 아웨의 집안은 1년 만에 풍비박산이 나게 된다. 오빠를 어떻게든 감옥에서 빼내려던 부모님은 돈을 주면 오빠를 빼주겠다는 사기꾼에게 당해 전재산을 잃게 되고 동반 자살을 한다. (극 중에서 자살에 대한 직접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지만 부모님의 묘가 나란히 있는 것으로 봐서 그렇게 생각된다...) 결국 동생과 같이 삼촌과 같이 살게 된 아웨는 어느 날 오빠가 총살되었다는 말을 듣게 된다. 하지만 시체를 찾아오려면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 오빠의 시체가 없으면 제대로 된 장례도 치를 수가 없다. 돈이 없어서 데려올 수 없다는 삼촌의 말에 실망한 아웨는 오빠를 데려오기 위해 혼자 타이베이로 무작정 기차를 타고 떠난다. 시체를 찾아 오빠의 장례라도 치러주기 위해서... 

 

순진한 소녀에게는 타이베이는 위험한 정글과 같았다. 하지만 가난한 인력거꾼 자오공다오를 만나게 되고 그의 도움으로 결국은 오빠의 시체를 찾게 된다. 하지만 자오공다오는 그 과정에서 감옥에 가게된다.

 

죽은 오빠를 데려오겠다는 소녀의 순수한 마음은 공산주의, 민주주의 같은 사상보다 훨씬 더 고귀하고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떤 사상이 소녀의 순수한 마음보다 아름다울 수 있을까?

 

수 십년의 세월이 흘러 아웨도 결혼을 하고 딸을 낳고 중년의 나이가 되었다. 가끔 자오공다오의 소식이 없을까 티비에 과거 관련 뉴스가 나오면 귀를 기울인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에서 아웨는 우연히 늙은 자오공다오를 만나게 된다. 진료 예약 때문에 길게 얘기하지 못했지만 25년을 복역하고 나왔다고 한다. 아웨는 재회의 기쁨에 눈물을 글썽인다. 금방 진찰을 받고 나올 테니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한다. 하지만 자오공다오는 쓸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병원을 떠나게 된다.

 

왜 자오공다오는 아웨와 재회의 기쁨을 나누지 않고 병원을 그냥 떠났을까? 어린 시절의 아웨에게 큰 도움을 주었지만 이젠 늙고 병들어 도움을 줄 수 없는 자신의 상황 때문에 아웨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했던 것일 거라 추측해 본다.

 

꽤 감동적인 영화였다. 자오공다오와 재회하는 장면에서는 눈물도 찔끔 났다. 이 영화는 백색공포 시대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 보다 소녀와 그 당시의 대만의 사회 분위기 묘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비판한다. 그 당시의 부당한 억압에 무기력한 국민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방식은 어떻게 보면 가장 효과적인 표현 방법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영화 초반에 소녀와 오빠의 인상깊은 장면이 나온다 오빠는 자신의 시계를 아웨에게 주면서 너무 힘들때 시계바늘을 돌리면서 10년 후, 20년 후, 30년 후...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잘 살고 있는 행복한 자신의 미래를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지금의 힘듦과 고난을 이겨낸 미래의 자신을 생각해 보면 힘든 현실을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는 이 세상에 백색공포같은 시절은 오지 않았으면 한다.

반응형

+ Recent posts